스티그마타 - TP
2025. 4. 21. 23:09
'먼바다를 항해하다 보면 때때로 감청색에 가까운 바다 위에 다다를 때가 있네. 갑판에 나가면 바람은 고요하고 수면도 잔잔하여 바다를 굽어보면 꼭 그 밑바닥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. 바다를 굽어보고 싶다고 하면 뱃사람들이 만류한다네. '저것은 바다가 아닙니다. 심해(深海)입니다.' 둘이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또 그렇게 말하더군. '바다는 삶이지만 심해는 죽음입니다.' 뱃사람들은 말을 길게 하지 않아. 하지만 그들의 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네. 삶은 험난해 보이지만 헤쳐 나가기 어렵지 않고 죽음은 단순해 보이지만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갈 수 없지. 그래서 나는 감청색 바다를 좋아해.'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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